어느 정도 주기로 다시 듣곤 하는 음악이 있다.
하나는 “민물 장어의 꿈"이다. 자기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스스로를 깎고 깎는 사람이, 바다에 닿으려는 민물 장어에 자신을 태워 부른 노래. 마왕의 말들은 항상 위로였다. 그리고 그 위로를 그리워하면서 어떻게든 아직 남은 생을 열심히 걷는 후배들의 그리움도 항상 위로가 된다. 비극적이지만, 역설적으로 자유를 준다. 슬프지만 자유롭기에 괜찮고, 자유롭지만 슬프기에 아름답다.
하나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이다. 자기를 알고 납득하기 위한 삶이 아닌, 어떤 신비한 연유를 통해 운명처럼 만나게 된, 굽이굽이 돌아가야 하는 끝없는 길에 놓인 사람. 그 사람이 여정에서 만나는 길가의 꽃밭과 부서진 햇살을 보고 미소짓는 곡이다. 규명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사는 것이고 그 길에서 만나는 사람과 사물에 웃어 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긴 곡이다.
하나는 “백만 송이 장미"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운명이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이다.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백만 송이의 꽃을 피워야 한다. 사랑을 할 때만 피는 꽃이다. 사랑을 할 때만 피는 꽃을 피우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고, 결국 백만송이 꽃이 피워지는 날 고향 별로 돌아갈 수 있다. 사람들이 외계인처럼 여겨도 좋다. 사랑을 사명으로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 사명을 지고 완수해냈을 때, 그리운 곳으로, 사랑이 충만한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니 나는 사랑을 꽃피울 것이다. 라고 말하는 곡이다.
나를… 어떤 시점마다 살게 하거나, 넓게 하거나, 단단하게 하는 곡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