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집에서는 생산적인 활동을 잘 못했다. 회사에서만 일을 하고, 집에서는 순수하게 쉬기만 했다. 그래서 주말에 어떤 생산적인 활동을 하려고 했을 때도, 핫데스크 같은 걸 빌려서 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조금씩 집에서도 꾸준히 생산적인 활동을 하려고 하면서, 어떻게 하면 집에서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참 시작하기가 어렵다. 나는 뭐든 시작을 해놓으면 그 안에서 하고 싶은 게 보이고 또 보이는 식으로 계속 스스로의 동력으로 앞으로 나가는 성격이다. 시작을 안하면 무한정 논다. 노는 것도 스스로 놀 걸 찾아서 무한히 진행한다.

그러니 한번만 시작하면 된다. 그 시작이 어려운데, 의외의 곳에서 힌트를 얻었다.

원래 내 책상 아래에는 발 받침 대용의 수납 겸용 의자 같은 가구가 있었다. 약간 안락의자와 함께 딸려 오는 정도 높이의 의자다. 거기에 다리를 올리면 다리가 쭉 뻗은 상태가 된다. 그러면 허리는 뒤로 기대게 되고, 자동으로 반쯤 누워 버리게 된다.

그러면 맥이 탁 풀린다. 유튜브나 뒤적거리면서 뭘 하고 놀지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그 다리받침이 합판 같은 걸로 만들어진 거라, 약해서 여기저기 삐걱거리고, 내부에는 쓰지도 않으면서 버리지도 않는 물건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얼마전에 이걸 한번 들어내서 치워 버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일단은 끌어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더 낮은, 다른 책상에 있던 사무용 발받침을 놓아 보았다.

자세가 달라지니, 시작하기도 쉬워졌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도 밖에 나가는 게 아니라도 옷을 갈아입고 의식적으로 ‘출근’이라는 것을 한다고 했고, 그런 내용은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계기를 만들 생각은 못하고 있었다. 아는 것들을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생활을 바꾸어 봐야겠다.

언제나 뭔가를 알아가는 것을 나는 재미로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실제로 그 알아낸 것들을 어딘가에 실제로 부딪혀보지는 않는 일이 많은 것 같다.

항상 무언가 미래에 올 삶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무한히 준비만 하는 삶. 요즘은, 이상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지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지금이 그때다. 지금이 아니면 없다. 지금이 바로 삶의 순간이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라고 생각하면, 자세를 고쳐 앉게 된다.